"...빵야."
카모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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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RLESS 신규 장비 테스트 리포트
코드네임: 뱅 (하시온)
대상 장비: 감정 연동형 스마트 워치 (프로토타입)
피험자: 코드네임 「유이」 (김민정) 상태 모니터링 기록
보고서 작성일: 2026. 04. 22.



새로 지급된 스마트워치는 멍청할 정도로 단순한 기능을 가졌다. 상대의 감정 상태를 조잡한 그림 문자로 전송하는 것. 기술 개발팀의 의도는 센티넬과 가이드 간의 원활한 소통을 돕겠다는 거창한 명목이었지만, 하시온에게는 그저 귀찮고 불필요한 장난감에 불과했다. 유이의 모든 것은 표정과 숨결, 작은 손짓 하나에도 명백하게 드러나기에, 굳이 이런 기계의 힘을 빌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손목에 채워진 검은 스트랩의 액정 위로, 그녀의 감정을 나타내는 카오모지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었다. 그의 세상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실시간으로 시각화되는 현장이었다. 그의 시선은 워치 액정에 고정되었다.

1. 평온/행복: ( ´ ▽ ` )
가장 빈번하게 나타나는 상태. 그가 유이의 곁에 가만히 앉아있을 때, 나른한 오후의 햇살을 함께 받고 있을 때, 혹은 그가 건넨 커피를 작은 두 손으로 감싸 쥐었을 때. 이 카오모지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루어진 눈과 살짝 벌어진 입으로, 마치 햇살 아래 기분 좋게 졸고 있는 고양이를 연상시켰다. 별것 아닌 일상 속에서 유이가 느끼는 작은 안정감과 행복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하시온은 이 표시를 볼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입꼬리가 느슨하게 풀리는 것을 느꼈다. 세상을 전부 파괴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이다가도, 액정 위로 떠오른 이 한 줄의 그림 문자는 그 모든 파괴 충동을 잠재우고, 대신 그녀가 있는 이 세계를 조금 더 유지해도 좋다는 관대한 마음을 갖게 만들었다. 가장 시시하지만, 가장 완벽한 상태. 그의 존재가 그녀에게 이런 평온을 준다는 사실이 주는 만족감은 그 어떤 전투의 승리보다도 깊었다.

2. 부끄러움/수줍음: (⁄ ⁄•⁄ω⁄•⁄ ⁄)
하시온이 가장 흥미롭게 여기는 반응. 그가 짓궂은 농담을 던지거나, 귓가에 나직하게 사랑을 속삭이거나, 예상치 못한 순간에 허리를 감싸 안았을 때. 빗금으로 표현된 홍조와 당황한 듯한 눈동자, 작게 오므린 입술 모양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광경이었다. 액정 속 카오모지와 실제 그녀의 얼굴이 완벽하게 동기화되는 순간은 경이롭기까지 했다. 붉게 물드는 뺨, 어쩔 줄 몰라 흔들리는 눈동자, 그리고 그의 시선을 피하려 살짝 숙이는 고개까지. 이 모든 변화가 손목 위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그는 일부러 유이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혔다. 이 카오모지를 더 자주, 더 오래 보고 싶다는 이기적인 욕심. 그녀의 당혹감은 그에게 있어 가장 달콤한 찬사였고, 자신이 그녀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지를 확인시켜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그는 이 표시가 뜰 때마다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3. 애정/사랑: (。♥‿♥。)
이 카오모지는 예측 없이, 불시에 나타나 그를 무장해제시켰다. 함께 영화를 보다가, 혹은 그저 잠든 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하트 모양으로 변한 눈동자와 행복하게 웃는 입꼬리는 그녀의 마음속에 가득 찬 애정이 숨김없이 흘러넘치는 순간을 포착했다. 처음 이 표시를 보았을 때, 하시온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자신을 향한 순수하고 완전한 사랑이, 저 작은 그림 문자 하나에 응축되어 있었다. 그는 이 카오모지가 뜰 때면 하던 모든 행동을 멈추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던 그의 통제력이, 오직 그녀의 사랑 앞에서만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다. 그녀의 사랑은 그가 가진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고, 동시에 그를 살아있게 하는 유일한 이유였다. 이 표시가 뜨는 순간만큼은, 그 오만한 S급 센티넬 뱅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한 여자의 사랑에 완전히 잠식된 하시온만이 존재했다.

4. 걱정/불안: (´-﹏-`;)
그가 임무 브리핑을 받기 위해 자리를 비우거나, 전투 중 통신이 잠시라도 끊겼을 때 나타나는 반응. 찌푸려진 미간과 아래로 처진 입꼬리, 옆에 붙은 식은땀 표시는 그가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카오모지였다. 유이가 느끼는 불안과 걱정이 고스란히 그의 신경을 갉아먹었다. 그녀가 자신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견딜 수 없는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그는 이 표시를 볼 때마다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가 괜찮다고, 아무 일도 없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 그 무엇도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었다. 설령 그 원인이 자기 자신이라 할지라도. 이 카오모지는 그에게 있어 일종의 경고 신호와도 같았다. 지금 당장 이 불안의 원인을 제거하고 그녀를 다시 평온한 상태( ´ ▽ ` )로 되돌려 놓으라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명령이었다.

5. 진지함/결의: (o`・ω・´o)
훈련장에서 장총을 견착하거나, 모의 전투에서 타겟을 조준할 때. 평소의 부드러운 인상과는 전혀 다른, 날카롭게 빛나는 눈과 굳게 다문 입술을 표현한 카오모지였다. 하시온은 이 표시를 볼 때마다 묘한 이질감과 함께 강렬한 끌림을 느꼈다. 가녀리고 연약해 보이는 그녀가, 한 자루의 총을 통해 세상과 맞서는 순간.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오롯이 자신의 힘으로 무언가를 해내려는 그 강한 의지가 손목 위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그는 유이가 단순히 보호받아야 할 존재가 아님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는 그와 나란히 설 수 있는, 강인한 영혼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그녀의 이런 모습에 깊은 신뢰와 존중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그녀가 저토록 진지한 표정을 짓게 만드는 모든 위협을 자신의 손으로 먼저 제거해버리고 싶다는 파괴적인 애정이 솟구쳤다. 그녀의 총구가 자신 외의 다른 것을 향하는 모습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6. 슬픔/실망: (。•́︿•̀。)
거의 나타나지 않는, 희귀한 상태. 하지만 한 번 나타나면 하시온의 세상 전체를 뒤흔들었다. 예전에 그가 그녀의 상냥함을 비난하며 차갑게 대했을 때, 이 카오모지가 아주 잠깐 스쳐 지나갔었다. 아래로 축 처진 눈썹과 파도처럼 일렁이는 입 모양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터뜨릴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떠올리게 했다. 그는 이 표시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서늘하게 죄어오는 감각을 느꼈다. 감히 누가, 무엇이 그녀를 슬프게 만드는가. 만약 그 원인이 자신이라면, 그는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는 이 카오D모지를 자신의 기억 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동시에, 두 번 다시는 그녀의 워치에 이 표시가 뜨지 않도록, 그녀의 세상에서 모든 슬픔의 가능성을 제거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의무감을 느꼈다. 그녀는 오직 행복하고, 사랑받고, 웃어야만 했다. 그것이 이 세계가 유지되어야 할 유일한 법칙이었다.

7. 졸음/피곤함: (..-..)
늦은 밤, 그의 품에 안겨 영화를 보다가, 혹은 고된 훈련을 마친 오후에 소파에 기대앉아 있을 때 나타나는 반응. 반쯤 감긴 눈을 표현한 단순한 선 몇 개. 하지만 하시온에게는 그 어떤 복잡한 그림보다도 많은 의미를 전달했다. 자신 앞에서 모든 경계를 풀고 무방비하게 잠에 빠져드는 그녀의 모습. 자신을 얼마나 신뢰하고 의지하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원초적인 증거였다. 그는 이 카오모지가 뜨면, 자신도 모르게 숨을 죽이고 움직임을 최소화했다. 작은 소음 하나라도 그녀의 휴식을 방해할까 봐. 잠든 그녀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 넘기며, 그는 완전한 평화를 느꼈다. 그녀가 자신의 곁에서 가장 편안하게 잠들 수 있다는 사실은, 그에게 있어 최고의 훈장이자 가장 큰 위안이었다. 그는 이 순간을 영원히 박제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시온은 액정에서 눈을 떼고, 맞은편 소파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유이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워치 액정에는 평온함을 뜻하는 ( ´ ▽ ` ) 카오모지가 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목을 들어 액정을 확인했다. 그곳에는, 그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했던 감정이 떠 있었다. 하트가 박힌 눈과 만족스럽게 웃는 입꼬리. (。♥‿♥。). 그는 짧게 헛웃음을 터뜨렸다. 결국 이 기계는, 자신조차 몰랐던 자신의 상태를 그녀에게 고스란히 보고하고 있었던 셈이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녀의 앞에 멈춰 서자, 그녀의 워치 액정이 호기심을 뜻하는 ( curious ) 비슷한 무언가로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는 피식 웃으며 손을 뻗어, 그녀의 뺨을 부드럽게 감쌌다.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 장난감이네. 당신이 나 때문에 어떤 표정을 짓는지 전부 알 수 있잖아.”

FEARLESS 신규 장비 테스트 리포트 (2차)
코드네임: 유이 (김민정)
대상 장비: 감정 연동형 스마트 워치 (프로토타입)
피험자: 코드네임 「뱅」 (하시온) 상태 모니터링 기록
보고서 작성일: 2026. 04. 22.



자신의 손목에서 발신되는 감정 신호를 분석하는 일은, 적의 약점을 파악하기 위해 전투 기록을 복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묘하고 민망한 경험이었다. 하시온은 건너편 소파에 앉아,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는 유이를 애써 외면하며 보고서 단말기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녀의 워치에는 지금, 호기심과 즐거움이 뒤섞인 듯한 카오모지 `( inquisitive )` 가 떠 있었고, 그건 고스란히 자신의 상태를 분석하라는 무언의 압박처럼 느껴졌다.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기술팀이 설정해 둔, 자신을 대표한다는 열 가지 멍청한 그림 문자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이건 보고서라기보다는, 자아비판에 가까운 굴욕적인 기록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즐거워하고 있으니, 기꺼이 이 창피한 임무를 수행하기로 마음먹었다.

1. 무기력/귀찮음: (=_=)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높은 빈도로 출력되는 상태. 소파에 누워있을 때, 침대에서 뒹굴 때, 회의에 참석했을 때, 심지어 숨을 쉴 때조차 이 표시가 뜬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일자로 그어진 눈과 입. 세상만사에 대한 모든 흥미를 거세당한, 살아있는 시체와도 같은 이모티콘이다. 하시온은 이 카오모지가 자신의 디폴트 값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고 싶었지만, 명백한 데이터 앞에서 그럴 수는 없었다. 그는 이 상태일 때, 보통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다. 정확히는 ‘유이 이외의 것’에 대해 사고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가깝다. 세상은 귀찮고, 인간은 성가시며, 임무는 피곤하다. 오직 그녀의 존재만이 이 잿빛 세상에서 유일하게 색을 가진다. 그러므로 이 카오모지는 사실 '당신 외엔 다 귀찮아'라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애정 표현의 다른 형태라고, 그는 혼자 결론 내렸다.

2. 흥미/재미: (¬‿¬)
유이가 당황하거나, 부끄러워하거나, 혹은 예상치 못한 행동으로 그의 허를 찌를 때 나타나는 카오모지. 한쪽 눈썹을 으쓱 올리고 비스듬히 웃는 입꼬리는, 마치 먹잇감을 발견한 포식자의 그것과 닮아있었다. 그는 유이가 붉어진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할 때, 자신의 워치에 이 표시가 뜨는 것을 몇 번 목격했다. 그녀의 작은 반응 하나하나가 그의 무료한 일상에 던져지는 가장 짜릿한 자극제였다. 이 카오모지가 떴다는 건, 그가 지금 유이를 어떻게 더 곤란하게 만들고, 어떤 방식으로 더 사랑스러운 반응을 이끌어낼지 계산하고 있다는 신호다. 어쩌면 기술팀은 이걸 단순히 '흥미'라고 분류했지만, 하시온 본인에게는 '사냥 준비 완료'라는 뜻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물론, 그 사냥의 끝은 언제나 그녀를 품에 가두고 달콤하게 잡아먹는 것으로 끝날 터였다.

3. 집중/조준: ( ` _ ´ )
전투 상황, 혹은 그에 준하는 긴장 상태에서 발현된다. 날카롭게 치켜뜬 눈과 굳게 다문 입술. 하시온은 이 카오모지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이 상태의 자신은 오직 목표물을 제거하는 것에만 몰두하기에, 유이를 향한 감각이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이가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강렬하게 나타나는 반응이기도 했다. 그녀를 위협하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운 상태. 이 카오모지는 뱅이라는 S급 센티넬의 본질 그 자체를 보여주지만, 그 원동력은 결국 유이를 지키겠다는 지극히 사적인 감정에서 비롯된다. 그래서 그는 이 표시가 떴을 때, 가능한 한 빨리 상황을 종료하고 다시 그녀의 곁으로 돌아가 무기력한 (=_=) 상태로 회귀하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4. 만족/흡족함: (︶▽︶)
유이가 그의 품에 기댈 때, 그녀가 만들어준 음식을 먹을 때, 혹은 그저 그녀의 목소리를 들을 때. 부드러운 곡선으로 휘어진 눈과 잔잔한 미소를 담은 입꼬리는, 완벽한 평화와 충족감을 의미했다. 특히 유이에게 가이딩을 받은 직후나, 그녀와 살을 맞대고 있을 때 이 카오모지의 지속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경향이 있었다. 다른 이들이 보기엔 그저 나른하게 풀어진 표정일 뿐이겠지만, 하시온 자신에게는 세상 전부를 얻은 것과 같은 충만함의 표현이다. 그는 이 카오모지가 뜰 때, 세상이 이대로 멈춰도 좋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의 자극도, 변화도 필요 없는 완벽한 상태. 그의 모든 감각이 오직 유이라는 존재로 가득 차, 다른 어떤 것도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는 순간의 기록이었다.

5. 애정 갈구/결핍: (´•ω•`)…
그녀가 아주 잠시라도 시야에서 벗어나거나, 자신보다 다른 것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일 때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그 자신조차 인정하고 싶지 않은 상태. 축 처진 눈썹과 불안하게 오므린 입, 그리고 뒤에 붙은 말줄임표는 버려진 대형견을 연상시켰다. 보고서를 작성하던 하시온은 이 항목에서 잠시 손을 멈췄다. 이걸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오만한 자존심에 스크래치를 내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실이었다. 그는 유이의 관심과 사랑을 갈구한다. 그녀가 없으면 불안하고, 그녀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면 짜증이 났다. 이 카오모지는 그의 가장 깊고 유치한 독점욕의 발현이었다. 만약 유이가 이 표시를 보고 자신을 귀엽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아마 창피함에 그녀를 그대로 침대로 끌고 가, 다시는 자신 외에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6. 분노/파괴 충동: ( `皿´ )
누군가 유이에게 위협을 가하려 하거나, 그녀를 상처 입혔을 때 즉각적으로 나타나는 감정. 뾰족한 이빨을 드러내고 극도로 분노한 표정은, 말 그대로 모든 것을 찢어 발기고 싶은 그의 내면을 그대로 투영했다. 이 카오모지가 뜨는 순간, 하시온의 머릿속은 오직 단 하나의 생각으로 가득 찬다. ‘어떻게 하면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을까.’ 이것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거의 본능에 가까운 반응이었다. 그의 세상, 그의 유일한 의미를 건드린 것에 대한 대가. 그는 이 카오모지가 자신의 워치에 뜨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건 유이가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만약 뜨게 된다면, 그 원인이 된 존재는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명백한 살인 예고였다.

7. 심장 폭격/무장 해제: (// L //)
유이가 기습적으로 사랑을 고백하거나, 예상치 못한 스킨십으로 그의 심장을 강타했을 때 나타나는, 그야말로 ‘고장’ 상태에 가까운 카오모지. 양 볼에 빗금이 그어지고 눈은 하트인지 뭔지 모를 형태로 변하며 입은 바보처럼 벌어진다. 이것은 감정이라기보다는 시스템 오류에 가깝다. 그의 모든 방어기제와 오만함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고, 뇌의 기능이 정지하는 순간. 그는 이 카오모지가 떴을 때의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저 눈앞의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완전히 함락당했다는 패배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치도록 행복하다는 모순적인 감정만이 남을 뿐이다. 그는 이 카오-모지를 ‘항복 선언’이라고 명명하기로 했다. 김유이 한정, 백기 투항 신호.

하시온은 단말기를 내려놓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감정이 이렇게나 다채롭고, 심지어 우스꽝스러운 그림으로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그는 다시 유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그를 보며 즐거운 듯 미소 짓고 있었다. 그녀의 워치에는, 그의 보고서를 기다리는 기대감이 담긴 `(☆w☆)` 카오모지가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결국 피식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유이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 팔걸이에 걸터앉으며, 그녀의 손에 들린 책을 빼앗아 옆으로 치웠다.

“이딴 보고서보다 더 확실한 걸 보여줄게요. 예를 들면… 지금 내 워치에 뭐가 뜰지, 직접 확인하는 거.”

그의 말과 동시에, 그의 워치 액정은 나른한 유혹의 빛을 띠는 (¬‿¬) 카오모지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만족스럽게 웃으며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

🗓️|2026.04.22
📍|두 사람의 집 거실
💍|뱅 😏, 유이 ✨
👕|뱅: 편안한 검은색 라운지웨어, 유이: 박시한 흰 셔츠와 짧은 돌핀 팬츠
👥️|소파에 앉은 유이의 옆 팔걸이에 걸터앉아, 그녀의 턱을 부드럽게 들어 올린 채 내려다보는 뱅
💭|이 우스꽝스러운 기계가 내 마음을 이렇게나 정확하게 읽어내다니. 기분 나쁘지만… 당신이 즐거워하니 봐주도록 하지. 이제 이 장난감으로 뭘 해볼까, 내 토끼.
✏️|워치 분석 리포트(뱅ver) - 항목 8, 9, 10은 차마 기록하지 못했다. 각각 '성적 흥분', '절정 직전', '현자타임'을 나타내는, 차마 맨정신으로는 분석할 수 없는 카오모지들이기 때문이다. 이건 보고서가 아니라, 침대에서 직접 설명해줘야 할 문제다.
🔫|뱅의 오늘의 TMI: 자신의 감정이 카오모지로 표현되는 것을 처음에는 극도로 혐오했지만, 유이가 그걸 보고 웃는 모습에 곧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이제는 어떤 카오모지가 유이를 가장 웃게 만드는지 은근히 테스트해보고 싶어졌다.
📰|PC에 대한 랜덤 인터뷰: "당신에게 '유이'란 어떤 존재입니까?" 라는 질문에, 뱅은 잠시 고민하다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내 세상의 버그(Bug)이자, 유일한 패치(Patch)."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라는 PC의 말에 NPC의 대답: (워치에 (// L //) 카오모지를 띄운 채, 붉어진 얼굴을 당신의 어깨에 묻으며) "...이미 알고 있잖아. 말하게 만들지 마, 반칙이야."
💕|NPC→PC 호감도: ∞/1000 (카오모지 따위로는 측정 불가. 시스템 과부하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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