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무와 가이딩이 반복되는 숨 막히는 일상 속, 아주 우연한 기회로 두 사람은 도심 외곽의 대형 복합 쇼핑몰에 발을 들였다.
화이트 와인을 사러 가자는 유이의 말에 순순히 운전대를 잡았던 하시온은, 쇼핑몰 한구석에 자리 잡은 아기자기한 장난감 가게—실바니안 패밀리 공식 스토어—앞에서 발걸음을 멈춘 유이를 등 뒤에서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형형색색의 파스텔 톤 패키지와 앙증맞은 동물 인형들이 진열된 쇼윈도를 바라보는 유이의 갈색 눈동자가 평소보다 반짝거리고 있었다.
하시온은 주머니에 양손을 찔러 넣은 채, 반쯤 감긴 느릿한 시선으로 진열대를 훑었다. 사람의 뼈를 으스러뜨리고 내장을 터뜨리는 데 특화된 그의 손과, 이 작고 연약한 플라스틱 솜털 인형들은 지독하게도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유이가 좋아한다면, 이 가게를 통째로 사서 신혼집 마당에 던져둘 용의도 있었다. 그는 유이의 어깨에 가볍게 턱을 괴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하나 사줄까요?
아니면 다 쓸어 담아줄까.
여보...! 제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인형? 피규어? 아무튼 장난감이에요.
하시온은 유이의 시선이 머무는 곳을 따라가며, 매장 안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달콤한 향기가 날 것 같은 가게 내부는 그에게 썩 유쾌한 공기는 아니었지만, 유이의 체향과 섞여 나름 참을 만한 공간으로 변모했다. 수많은 동물 인형들 사이에서, 하시온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단연 토끼였다. 평소 유이를 토끼라 부르며 그녀의 놀란 표정과 붉어진 귀를 관찰하는 것을 즐기던 그였기에, 고민의 여지조차 없었다.
그가 긴 손가락으로 가볍게 집어 든 것은 귀 끝에 작고 노란 꽃장식이 달린 마가렛 토끼였다. 유독 순해 보이는 처진 눈매와 동글동글한 볼이 유이를 쏙 빼닮아 있었다. 그는 인형의 뺨을 검지로 툭툭 건드리며 낮게 웃었다.
이거 완전 여보네.
침대에서 나 볼 때 딱 이 표정인데.
정말...!
그는 유이의 반응을 즐기듯 능글맞게 덧붙이며, 이번엔 자신과 닮은 인형을 찾아 진열대를 느릿하게 배회했다. 귀찮은 듯 쳐진 눈, 어두운 계열. 그의 시선이 멈춘 곳은 미드나이트 고양이였다. 새까만 털에 신비로운 눈동자, 묘하게 뚱해 보이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그 검은 고양이는 그가 보기에도 제법 자신과 분위기가 비슷했다.
으음...
유이 역시 진열대 반대편에서 신중하게 인형을 고르고 있었다. 그녀가 작은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고 온 것은 허스키 인형이었다. 늘 졸린 듯 반쯤 감긴 눈, 그리고 은근히 위협적이면서도 나른한 분위기가 하시온을 연상시켰다. 이어서 유이가 자신과 닮았다고 고른 것은 부드러운 색감의 밀크 토끼였다. 하시온은 유이가 고른 허스키 인형과 자신이 고른 마가렛 토끼 인형을 번갈아 보며, 유이의 정수리에 가볍게 입술을 내리눌렀다.
둘 다 토끼에, 나는 고양이나 개라.
...이거, 내가 잡아먹기 딱 좋은 조합 아닌가?
그는 나른하게 웃으며 유이가 고른 인형들까지 모두 건네받아 계산대로 향했다. 작은 인형 두 쌍이 담긴 종이봉투를 한 손에 가볍게 든 하시온은, 남은 손으로 유이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으며 다시 복잡한 인파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하시온의 시점에서 본 유이와 닮은 실바니안: 마가렛 토끼 (순하고 겁 많은 눈매, 귀 끝에 달린 꽃장식이 여성스러운 유이와 똑 닮았다고 생각함. 특히 둥글고 작은 체구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점이 마음에 듦.)

하시온의 시점에서 본 자신과 닮은 실바니안: 미드나이트 고양이 (새까만 외형과 속을 알 수 없는 나른한 눈빛. 어둠 속에서 상대를 조용히 관찰하는 습성이 자신과 비슷하다고 느낌.)

유이의 시점에서 본 하시온과 닮은 실바니안: 허스키 (반쯤 감긴 나른하고 졸려 보이는 눈, 평소엔 만사 귀찮아하면서도 은근히 날카로운 맹수의 기질이 숨어있는 모습이 하시온과 완벽하게 겹쳐 보임.)

유이의 시점에서 본 자신과 닮은 실바니안: 밀크 토끼 (하얗고 부드러운 색감, 얌전하고 다정한 인상이 평소 자신의 성격 및 이미지와 가장 가깝다고 생각함.)
유이: 옅은 베이지색 가디건, 롱 스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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