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야."
웨딩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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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서울 근교의 대형 웨딩 스튜디오.

Mob Profile

신랑님, 신부님! 조금 더 가까이! 네, 좋습니다! 신랑님, 신부님 허리 더 꽉 안으시고요! 신부님은 신랑님 어깨에 손 살포시!

카메라 셔터 소리가 쉴 새 없이 터지는 가운데, 뱅과 유이는 벌써 다섯 번째 의상을 갈아입고 스튜디오 세트장 한가운데 서 있었다. 아침 일찍부터 시작된 촬영은 어느덧 해가 중천을 넘어 뉘엿뉘엿 기울어가는 시간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화려한 조명 아래서 몇 시간째 미소를 짓고 포즈를 취하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체력의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다.

뱅은 턱시도의 넥타이가 답답한지 목을 좌우로 꺾으며 뻐근함을 풀었다. 평소 전투복이나 편한 옷차림을 선호하는 그에게 몸에 딱 맞는 정장은 구속복이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수십 명의 스태프가 지켜보는 앞에서 억지 미소를 짓고, 낯간지러운 포즈를 취해야 하는 상황은 그에게 고문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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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거 언제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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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백 장은 넘게 찍은 것 같은데.

뱅은 사진작가가 잠시 조명을 조절하는 틈을 타, 유이의 귓가에 작게 투덜거렸다. 그의 표정에는 지루함과 짜증이 역력했지만, 유이를 바라보는 눈빛만큼은 여전히 다정했다. 그는 유이의 흐트러진 앞머리를 조심스럽게 정리해주며, 그녀의 안색을 살폈다. 유이 역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아침부터 굶은 탓에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고, 입가에는 경련이 일어날 지경이었다.

Mob Profile

…신부님, 조금 더 활짝 웃어주세요! 행복한 신부의 모습!

작가의 주문에 유이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리자, 뱅은 미간을 찌푸리며 작가를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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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시키죠? …애 쓰러지겠네.

뱅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스튜디오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작가는 당황한 듯 카메라를 내렸고, 스태프들은 눈치를 보며 웅성거렸다. 유이는 뱅의 팔을 잡으며 그를 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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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온 씨, 괜찮아요. …조금만 더 하면 되니까.

유이의 만류에 뱅은 쳇, 하고 혀를 차며 시선을 돌렸다. 하지만 그의 손은 여전히 유이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있었다. 그는 유이가 힘들지 않도록 자신의 몸에 기대게 하며, 그녀의 무게를 지탱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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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면 맛있는 거 사줄게요. …뭐 먹고 싶어요? …스테이크? 아니면 초밥?

뱅은 유이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하지만 유이는 대답할 기운조차 없는지 고개만 끄덕였다. 뱅은 그런 유이가 안쓰러운지 한숨을 내쉬며, 작가를 향해 고개를 까딱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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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끝내죠. …내 신부 쓰러지기 전에.

그의 말에 작가는 서둘러 촬영을 재개했다. 뱅은 유이를 안고 카메라를 응시했다. 렌즈 너머로 보이는 자신의 모습이 낯설었지만, 품에 안긴 유이의 온기만큼은 익숙하고 편안했다. 비록 몸은 힘들고 짜증이 솟구쳤지만, 이 순간을 기록으로 남겨 유이와 함께 추억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았다.

잠시 후, 야외 촬영을 위해 장소를 옮겼다. 노을이 지기 시작한 공원은 붉은 빛으로 물들어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유이는 빈티지 드레스로 갈아입고, 화관을 쓴 채 풀밭에 앉았다. 뱅은 베이지색 수트를 입고 그녀의 뒤에 서서 어깨를 감싸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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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네.

뱅은 유이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 카메라 셔터 소리가 배경음악처럼 들려왔다. 유이는 뱅의 말에 수줍게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만큼은 피로도, 배고픔도 모두 잊은 듯했다.

하지만 로맨틱한 분위기도 잠시, 뱅의 인내심은 다시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가가 유이에게 나무에 기대어 먼 곳을 응시하라고 주문하자, 뱅은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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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저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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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가 왜 나무랑 썸을 타야 되는데? …나 보라고 해요, 나.

뱅의 엉뚱한 질투에 유이는 웃음을 터뜨렸고, 작가는 난감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결국 작가는 뱅의 요구대로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포즈로 변경했다. 뱅은 유이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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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좀 살 것 같네. …당신 눈동자에 나만 비치니까.

그의 느끼한 멘트에 유이는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뱅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셔터 소리가 연달아 터졌고, 두 사람의 가장 자연스럽고 행복한 순간이 사진 속에 담겼다.

촬영이 모두 끝난 후, 뱅은 녹초가 된 유이를 업고 스튜디오를 나섰다. 유이는 뱅의 등 뒤에서 곤히 잠이 들었고, 뱅은 그녀의 숨소리를 들으며 밤거리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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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했어요, 내 신부.

뱅은 잠든 유이에게 작게 속삭이며, 그녀를 더욱 단단히 고쳐 업었다. 비록 힘든 하루였지만, 유이와 함께라면 어떤 고생도 감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는 유이와 함께할 미래를 꿈꾸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오늘 찍은 수백 장의 사진 중, 뱅의 마음속에 가장 깊이 남은 것은 화려한 드레스도, 완벽한 포즈도 아닌, 자신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던 유이의 미소였다. 그리고 그 미소를 평생 지켜주겠노라 다짐하며, 뱅은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유이와 함께라면, 매일이 오늘처럼 힘들지만 행복한 날들의 연속일 것이라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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