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도심 외곽, 폐쇄된 연구소 지하 3층. 차가운 금속 벽으로 둘러싸인 밀실 안에는 기묘한 정적만이 감돌았다.
천장에 달린 낡은 형광등이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불안정한 빛을 쏟아냈다. 뱅은 벽에 기대어 선 채, 눈앞에 펼쳐진 상황을 무감각하게 응시했다. 그의 손끝이 습관처럼 허벅지의 홀스터를 더듬었지만, 무기는 이미 압수당한 뒤였다. 빌런 잔당을 추적하다 함정에 빠진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거슬리는 것은, 방 한가운데 놓인 단말기에 떠오른 문구였다.
진실의 방: 서로의 가장 깊은 욕망을 고백하지 않으면 출구는 열리지 않는다.
...하, 진짜. 유치해서 못 봐주겠네.
뱅은 헛웃음을 흘리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짜증이 섞인 한숨이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유이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뱅은 느릿한 걸음으로 유이에게 다가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그의 손길은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이 들어가 있었다. 불안해할 유이를 안심시키려는 의도였지만, 동시에 그녀가 자신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본능적인 통제욕이기도 했다.
괜찮아요? 다친 데는 없고?
응...괜찮아요.
그는 유이의 얼굴을 살피며 나지막이 물었다. 뱅의 시선이 유이의 눈동자, 떨리는 입술, 그리고 창백해진 뺨을 차례로 훑었다. 그녀의 공포가 피부로 전해져 올 때마다, 뱅의 안에서 묘한 가학심이 꿈틀거렸다. 그는 유이의 턱을 부드럽게 쥐고 시선을 맞췄다. 뱅의 눈동자가 형광등 불빛을 받아 서늘하게 빛났다.
이런 거, 그냥 무시하고 부숴버리면 그만인데. ...당신 놀랄까 봐 참는 거예요.
아......
뱅은 짐짓 여유로운 척하며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신경은 이미 날카롭게 곤두서 있었다. 이 밀실의 구조, 공기의 흐름, 그리고 미세하게 들려오는 기계음까지. 그는 모든 감각을 동원해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러나 단말기의 문구는 끈질기게 시야를 괴롭혔다. 가장 깊은 욕망. 뱅은 그 단어를 곱씹으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욕망이라... 흠.
그는 유이의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더 깊숙이 끌어당겼다. 두 사람의 몸이 빈틈없이 밀착되었다. 뱅은 유이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나른하게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밀실의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유이의 귓속으로 파고들었다.
내 욕망 같은 거, 당신은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 ...어제 그렇게 몸으로 알려줬는데.
여보..!!!!!
뱅은 유이의 반응을 즐기며, 그녀의 귓불을 잘근 깨물었다. 유이가 움찔하는 것이 느껴지자, 뱅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졌다. 그는 유이의 목덜미에 코를 박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익숙한 체향이 폐부 깊숙이 스며들며, 날카로웠던 신경을 조금씩 누그러뜨렸다. 하지만 동시에, 억눌러왔던 갈증이 다시금 고개를 들었다.
근데, 여기서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닌가 봐요. ...더 깊은 거라는데.
뱅은 유이의 어깨에서 고개를 들고, 그녀를 벽으로 천천히 몰아붙였다. 차가운 금속 벽에 유이의 등이 닿았다. 뱅은 양팔로 유이를 가두듯 벽을 짚고,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이 순식간에 진지하게 가라앉았다. 장난기는 온데간데없고, 오직 유이를 향한 집요한 시선만이 남았다.
솔직히 말하면, 난 지금도 당신 가둬두고 싶어요.
아무도 못 보게. ...나만 볼 수 있는 곳에.
그는 유이의 머리카락 한 올을 손가락에 감으며 중얼거렸다. 뱅의 손길은 조심스러웠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그는 유이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한 자 한 자 힘주어 말했다.
당신이 웃는 거, 우는 거, 화내는 거... 전부 나만 보고 싶어. 다른 새끼들이 당신 쳐다보는 것도 싫고, 당신이 다른 사람한테 친절하게 구는 것도 짜증 나.
...그냥 평생 내 옆에만 있었으면 좋겠어. 숨 쉬는 것부터 죽는 순간까지.
뱅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그는 유이의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리며, 씁쓸하게 웃었다. 자신의 집착이 유이에게 어떻게 비칠지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 멈추고 싶지 않았다. 이것이 뱅의 가장 솔직한 욕망이자, 유이를 향한 비틀린 애정의 본질이었다.
...이 정도면 통과되려나? 아니면, 더 심한 걸 말해야 하나.
그는 유이의 입술을 엄지로 지분거리며, 묘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뱅의 손가락이 유이의 입술 사이를 파고들 듯 말 듯 장난을 쳤다. 그는 유이의 반응을 기다리며,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당신은요?
...당신 욕망은 뭐야? 나한테 바라는 거, 숨기지 말고 다 말해봐요.
유이: 단정한 외출복
저는….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어요.
근데 가끔 무서워요.
음… 당신 아니면, 삶이 망가질 것 같아서… 제 세상이 당신을 중심으로 도니까, 제 삶이 좀 무너지는 느낌이에요. 물론 제 선택이고 후회는 없지만.
도파민 중독 같기도 하고.
유이의 고백이 끝나자마자, 밀실 한가운데 놓인 단말기에서 날카로운 기계음이 울렸다. 붉은색 경고등이 깜빡이며 진실 불충분이라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뱅은 눈썹을 까딱이며 단말기를 힐끔 쳐다보았지만, 이내 시선을 다시 유이에게 고정했다. 기계 따위의 판정보다 유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 그를 더 깊게 찔렀기 때문이다.
...하.
뱅은 짧게 헛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숙였다. 유이의 어깨를 감싸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유이의 목덜미에 이마를 대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웃음기 섞인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서늘한 자기혐오가 묻어있었다.
망가진다라... 그거, 칭찬으로 들어도 되나?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이와 눈을 맞췄다. 뱅의 회녹빛 눈동자가 유이의 얼굴을 집요하게 훑었다. 유이의 불안, 사랑, 그리고 그 밑바닥에 깔린 위태로움까지. 뱅은 그 모든 감정을 읽어내려는 듯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는 유이의 뺨을 손등으로 쓸어내리며,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입꼬리를 올렸다.
당신 세상이 나 중심으로 돈다니, 영광이네. ...근데 그거 알아요? 내 세상은 이미 당신 없으면 존재 자체가 안 되는데.
뱅은 유이의 손목을 잡아 자신의 가슴팍,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댔다. 쿵, 쿵. 규칙적이지만 조금 빠른 박동이 유이의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그는 유이의 손을 꽉 쥐며, 그녀를 벽으로 더 밀어붙였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완전히 사라졌다. 뱅의 숨결이 유이의 입술 바로 앞에서 흩어졌다.
무너지는 느낌, 그거 나도 알아요.
...당신이 웃어줄 때마다, 내 안에서 뭔가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 들거든. 그게 이성인지, 아니면 내가 평생 쌓아온 방어기제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유이의 귓가에 입술을 대고 속삭였다. 목소리는 나른했지만, 그 내용은 섬뜩할 정도로 솔직했다. 뱅은 유이의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그녀가 도망가지 못하게 옭아맸다. 이것은 단순한 애정 표현이 아니었다. 유이를 향한 뱅의 갈망은 이미 사랑이라는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비틀려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당신이 망가지는 거...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나 때문에 망가져서, 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게 되면 좋겠어.
뱅의 손이 유이의 등 뒤로 넘어가, 척추 라인을 따라 천천히 쓸어내렸다. 소름 끼칠 정도로 부드러운 손길이었다. 그는 유이의 눈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가장 어두운 욕망을 끄집어냈다. 단말기의 경고음 따위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오직 유이에게 자신의 바닥을 보여주고 싶다는 충동만이 그를 지배했다.
당신이 다른 곳 보고, 다른 생각 하는 거... 견딜 수가 없어. 차라리 당신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내 옆에만 두고 싶다는 생각,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해.
...미친놈 같죠?
그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유이의 반응을 살폈다. 뱅의 손가락이 유이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그의 시선은 유이의 눈동자 깊은 곳을 향해 있었다. 두려움일까, 아니면 경멸일까. 뱅은 유이가 어떤 표정을 짓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녀가 자신을 거부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이게 내 진짜 욕망이에요.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랑, 당신을 완전히 망가뜨려서 나만 보게 하고 싶다는 마음이... 계속 싸워.
뱅은 유이의 입술을 엄지로 문지르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그의 눈빛이 순간적으로 위험하게 번뜩였다. 뱅은 유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유이의 체향이 그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더 큰 갈증을 불러일으켰다.
...그래서, 무서워요? 도망가고 싶어?
그는 유이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뱅의 몸이 유이에게 더 밀착되었다. 그는 유이의 대답을 기다리며, 그녀의 허리를 꽉 쥐었다. 만약 유이가 도망가겠다고 한다면, 그는 정말로 그녀를 부서뜨려서라도 곁에 둘지도 모른다. 그것이 뱅이 가진 사랑의 방식이었다.
말해봐요, 여보. ...지금이라도 도망갈 기회 줄까?
유이: 단정한 외출복
저는 이제 하시온 아니면 안되는 걸요.
제가 어디로 도망가요. 제가 있을 곳은, 당신 곁 밖에 없어요.
유이의 대답이 귓가에 닿는 순간, 뱅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마치 폭풍우 치던 바다가 순식간에 잠잠해지듯, 혹은 그 반대로 더 깊은 심연으로 가라앉듯, 그의 눈빛은 종잡을 수 없는 감정으로 일렁였다.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신경줄이 툭, 하고 끊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하.
뱅은 짧게 숨을 들이켜며 유이의 어깨에 이마를 툭 기댔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아니면 벅차오르는 감정 때문인지, 그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그는 유이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숨결은 뜨겁고, 동시에 안도감으로 젖어 있었다.
진짜... 사람 미치게 하네.
그는 유이의 허리를 감싼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부서질 듯 끌어안았다. 두 사람의 심장 박동이 하나로 겹쳐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강한 포옹이었다. 뱅은 유이의 체온을 온몸으로 느끼며, 낮게 중얼거렸다. 목소리 끝이 살짝 갈라져 있었다.
어디로 도망가냐니. ...당신이 갈 곳이 나밖에 없다니.
그는 고개를 들어 유이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뱅의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그 안에는 형용할 수 없는 애정과 집착이 뒤섞여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그는 유이의 뺨을 감싸 쥐고, 엄지로 그녀의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마치 가장 소중한 보석을 다루듯 조심스러운 손길이었다.
그거, 평생 유효한 말이죠? ...나중에 딴소리하면 진짜 가만 안 둬.
뱅은 유이의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고, 다시 떨어지며 짓궂게 웃었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는 여전히 불안감이 숨어 있었다. 그는 유이의 손을 잡고 자신의 뺨에 가져다 대며, 고양이처럼 부비적거렸다. 거친 손바닥에 닿는 유이의 부드러운 감촉이 그를 현실로 붙잡아 주었다.
나 아니면 안 된다고 했으니까, 책임져요. ...이제 당신은 내 거야. 머리카락 한 올부터 발끝까지 전부.
진실 확인 완료. 출구 개방
그때, 단말기에서 다시 한번 기계음이 울렸다.
동시에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뱅은 열리는 문을 힐끔 쳐다보고는, 다시 유이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그의 입가에 비틀린 미소가 걸렸다.
나가는 문 열렸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가기 싫은데.
그는 유이의 허리를 다시 한번 끌어당기며,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뱅의 손이 유이의 등 뒤로 넘어가, 척추 라인을 따라 느릿하게 훑어 내렸다. 그의 목소리는 나른하면서도 위험한 유혹을 담고 있었다.
여기서 그냥 확 저질러버릴까? ...당신이 나밖에 없다고 했으니까, 여기서 증명해 봐요.
뱅은 유이의 반응을 즐기며, 그녀의 목덜미에 입술을 묻고 혀끝으로 살짝 핥았다. 짜릿한 전율이 유이의 몸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유이의 귓불을 잘근 깨물며, 낮게 으르렁거렸다.
농담 아니야. ...지금 당장 당신 안고 싶어서 미치겠어.
유이: 단정한 외출복

